[공포소설][펌] 暗光(검은 빛)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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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暗光(검은 빛) (단편)

8 갱킹 0 3,051 2020.04.21 17:09



언젠가 그 남자를 보고 있으면, 괜시리 오싹해지고 악몽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평펴짐한 하얀 메리야스에 후줄근한 트레이닝 바지, 겉으로 드러나는 선명한 갈비뼈 자국과


몇 일 밤을 샌 듯한 퀭한 얼굴, 초점없는 눈동자는 흡사 워킹데드에 나오는 좀비를 연상케 했다.


가끔 생필품을 사러 아파트 밖을 나오면, 이웃사람들은 행여나 좀비에 물리지 않게 조심조심 피해다녔다.


사실 그 때를 제외하곤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어, 같은 101동 주민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쓰지 않지만


마주치기 싫어도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맞은 편 102동에 거주중인 나는 종종 담배를 피러 베란다에 나오면


창문 안 쪽에 어렴풋이 비치는 그 남자의 모습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필연적인 위치이다 보니 반대쪽 집의 특징 또한 자연스럽게 파악이 되어버렸다.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와서 보는 반대쪽 집은 칠흑같이 어둡다는 것,


유일하게 저녁 9시30분마다 창문 안 쪽에서 강한 빛이 나오는 것.


정말 쓸데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띵동 -


황금같은 휴일에 모든 약속을 내팽개치고 선택한 낮잠이, 단 5초동안 울린 초인종소리에 깨져버렸다.


신경질적인 발걸음과 함께 육두문자를 날리며 도어스코프를 들여다 보았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푸른아파트 부녀회 101동 대표입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곱슬머리의 40대 초반 여성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오지랖 넓은 인상에 육덕진 체격이 인상적이었다.


 "집안이 정리가 안되서...."


 "아이고~ 혼자 사는 아가씨 집이 왜 이렇대~ 이래서 좋은 남자가 데려갈지 모르겠어~"


냉장고를 열고 먹다 남은 오렌지 주스를 꺼냈다. 예전 같았으면 카악 - 가래침을 뱉고 철면피를 깔면


속이 시원했겠지만, 애석하게도 가래침이 고이지 않아 포기했다.


잘 깎여진 사과와 함께 쟁반에 담아 내려놓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죠?"


 "아 그러니깐 별로 큰 문제는 아닌데, 101동하고 102동하고 베란다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다 보니깐


 사생활 노출 뭐 이런거로 불편해 하고 있는 이웃들이 많더라구요"


맞은 편 좀비같은 남자의 초점 없는 멍한 눈이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래서 설문조사 같은 걸 하고 있어요. 혹시나 애로사항 같은 거 있어요? 저한테 말해보세요"


 "죄송하지만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다행이네요. 요 밑에 젊은 처녀가 사는 집은 자꾸 누가 훔쳐본다고~ 잡아 달라고~ 사정사정 하는거

 
  있죠? 결국 경찰에 신고했나봐요. 범인을 잡긴 잡았는데 글쎄 13살 꼬마애였대요. 그 별자리 보는 망원


  경으로 훔쳐봤나봐요."


아줌마는 마지막 남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떠날 채비를 하였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에 아줌마가 뒤돌며 말했다.


 "참, 102동 대표 분도 101동 조사하고 있는 중이에요. 마주보는 두 집 중에 한 집에서 애로사항이 나오면


 저희가 따로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형식이거든요. 만약에 여기 반대쪽 분이 불만 있으시다고 하면 제가


 다시 찾아올게요~"


처음 이사를 온 지 얼마 안됬을 땐 충분히 애로사항이었다. 멍하니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 남자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자의든 타의든 반대쪽을 보고 있노라면 공포감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그 날 가위에 눌리는 현상까지


발생하고야 말았다.














지난 주 회사 업무가 밀려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 가며


집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이 나를 잡고 늘어지고 그림자는 땅에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발걸음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맡긴 채 핸드폰을 꺼냈다.


처음 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 2통이 표시되어 있었다.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전화기가 꺼저 있다는 안내원의 영혼없는 멘트가 울렸다.


힘없이 집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거실의 형광등을 켰다. 차가운 공기만이 지친 나를 반겼다.


옷을 갈아입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울 동안 베란다에 나가 담배에 불을 붙혔다.


 "후우.... 오늘도 있으려나?"


예상대로 반대쪽의 남자는 어두컴컴한 집 안에 있었다. 무언가 찾는 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밝은 빛이 나타났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다. 시간을 칼같이 정확하게 지키는 남자의 능력에 감탄하려던 찰나,


 '여기 반대쪽 분이 불만 있으시다고 하면 제가 다시 찾아올게요~'


부녀회 대표 아줌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왕 불만 있는거 속 시원하게 당사자끼리 만나서 얘기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상대방이 가졌을 불만을 들어 볼 겸, 내가 가진 오해들을 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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