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낯선 방문자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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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낯선 방문자 (단편)

8 갱킹 0 3,182 2020.04.23 17:55




근래 내가 가장 행복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오전 한시에서 두시 사이였다.

프로젝트에 떠밀려 한참을 사무실에서 시달리다가 결국 간신히 집에 도착하면 열두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었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방에 앉아 웹서핑을 하는게 삶의 낙이었다.

물론 프로젝트 중간중간 스마트폰과 테블릿을 가지고 웹서핑을 안하느냐? 그건 또 아니지만, 아직도 활용성과 퍼모먼스에 있어 모바일 기기들은 거치형 컴퓨터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 지론이었고. 실제로도 렙탑에 비해서도 거치형 컴퓨터를 좋아했다. 때문에 집에서 오래 컴퓨터를 할 수도 없지만, 컴퓨터는 늘 최신형 사양으로 맞춰놓는 편이었다.


그날도 뭔가 다를 건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눈치를 보며 사무실에 있다가. 어차피 이 시간까지 남아있어봐야 아무 아이디어도 짜내지 못하는데 괜히 앉아서 사람들 눈치나 주는 부장과 옆에서 그 새끼 빨고 앉아있는 차장새끼를 까고 언제 청소했는지 모를,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낄낄 거렸다.


그리고, 차장새끼가 부장에게 손바닥 열심히 비비며 술 한잔 하러 가자고 까부는 통에 평소보다는 삼십분 정도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는게 평소와는 좀 달랐다.


"우리 과는 참~ 프로젝트 하나 떨어지면. 이건 뭐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건가?"
"에이~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요. 다른 회사들도 똑같지."
"으이구! 하긴, 뭐 그런거지. 그래도 넌 좋겠다. 아직 결혼 안했지? 결혼 하지마라. 그거 좆같은거다."
"풉! 언제는 죽고 못산다더니? 축의금 돌려줘요."
"이새끼! 그거 마누라가 다 디비 처먹고 지금 몸무게가 55킬로그람이란다!"


김계장과 실없는 소리를 떠들고는 평소처럼 차에 올라타 도로를 달렸다. 아침에는 꽉 막혀서 움직일 줄 모르는 서울의 거리가 이 시간만 되면 한산하다. 물론, 그래도 다른 지방들에 비해서는 차가 잔뜩 있지만.


서울을 지나 서부간선 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짬짬히 내가 흔히 들어가는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읽는다. 물론, 매우 위험한 일인것은 알지만. 평소 짬이 없는 나에게는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두개의 테블릿 피시 중 하나는 네비게이션으로 쓰고 하나는 검색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마치 운전석이 우주선이라도 된 것 처럼 내 우측을 테블릿 피시의 거치대와 기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 차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가끔 이렇게 기기를 만지작 거리는 것에 만족감이 들었다.


유머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명한 게시판인 웃긴 게시판에 들어가 자료를 하나하나 읽는데. 그날따라 매우 섬뜩한 느낌이 드는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다.


별것 아닌 사진이었다.


그냥 숲이 우거진 가운데에 오두막 하나가 있는 사진이었는데.


귀신이 나오는 사진인데.


추천을 하지 않으면 내 뒤를 쫒아다닌 다는식의 글이었다.


"하여간 추천 유도하는 개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혹시하는 생각에 추천을 누를까 싶었지만. 갑자기 테블릿의 전파 송수신 상태가 나빠지며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다.


난 추천 유도글에는 도리어 반대를 남기는데. 이번에는 꼭 추천을 달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성이 불안감을 억눌렀고 난 그냥 집에 가는 것에 집중했다.



집에 도착하자 역시나 부모님은 모두 잠자리에 드셨고. 집은 썰렁했다.



대충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다시 컴퓨터를 켰다.


아까 추천하지 못한 것이 못 내 맘에 걸리다보니 유머 커뮤니티에 들어가 그 게시글을 찾았지만 게시글은 추천유도로 인해 삭제 된 것인지 찾을 수 없었다.


매우 불안했다.


"아... 여튼 추천유도는 이래서 짜증나."


하여간 뭐 대단치 않은 일이니, 난 아까의 불안감을 억지로 접어두고 웹서핑을 시작했다.


그때 밖에서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간혹 우리 빌라 앞에서 중고딩이 새벽에 낄낄거리며 돌아다니다보니 이번에도 그런갑다 싶었다. 너무 지나치면 나가서 쫒든지 아니면 그냥 신경 끄고 자든지 해야지. 하지만 내일도 회사에 출근해야 하니 그냥 신경을 끄는편이 낫겠다. 전에는 나에게 혼난 중학생들이 빌라 주차장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전부 발로 차서 부숴버린 일도 있으니.



금방 갈 거라 생각하던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방 창문 앞은 2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다른 빌라가 있어서 마치 벽이 서있는 듯 하여 시야확보가 되지 않았다. 밖을 보기위해서는 거실로 나가든가 밖에 나가든가 해야 했는데. 그런 귀찮음 때문이라도 컴퓨터에 집중하기로 했다.


-낄낄낄 키키킥 히히히히-


매우 짜증나는 소리였지만, 아까 애써 접어두었던 불안감이 공포가 되어 엄습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탓이리라.


그러던 도중 갑자기 창문 쪽에서 강한 한기가 들어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던 눈을 천천히 돌려 처다보자 창문의 아래즈음 작게 솟은 머리가 보였다.


잔뜩 풀이 죽어보이는 머리는 머리의 삼할 정도만 올라와 있어 이마가 보일락 말락한 정도였는데. 그 정도로도 충분히 몸이 얼어붙기에 충분했다.


우리 빌라는 1층은 없다.


그러나 반지하와 지하주차장. 그리고 그 위에 위치한 2층 우리집이라는 형식이었다. 때문에 절대 내 방 창문에 저렇게 머리의 끄트머리가 보일 수는 없었다. 만약 보인다면 키가 2미터를 훌쩍 넘는다는 소리겠지.


침이 꼴깍 넘어갔다.


창문을 닫고 싶은데 닫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냥 모니터만 뚫어지게 처다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야각 범위에 들어와 있는 머리통은 흐릿하게나마 계속 눈에 들어왔다.


난 그것을 애써 모른 척 하며 컴퓨터를 끄고는 마치 별 일 없었다는 것 처럼 하품을 하며 침대위에 누웠다. 그리고 창문을 외면하고는 뒤돌아서 자버렸다.


아무일도 없던 것 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바쁘다.


모든 회사원들이 그렇겠지만. 조금만 더 와의 싸움은 매우 고통스럽다.


때문에 이를 악 물고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한다.


창문을 바라보았지만. 창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언제 자랐는지 푸른 담쟁이가 창문의 모기장을 바람따라 톡톡 건들고 있을 따름이었다.


저걸 잘못본건가?


난 피식 웃으며 창문을 닫고 출근을 해버렸다.


밖에 나와 바라본 내 창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별것 아닌 일이 분명했다.










퇴근 후 돌아오니 어머니가 환기를 시키려는 듯 창문을 열어두셨다.


창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내가 잘못 본 것이리라.


컴퓨터를 켜고 그 앞에 앉자 다시 시야에 들어오는 머리통. 이번에는 그 높이가 어제보다 높아져 눈섭이 보일 것 같았다.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2:17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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