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3vs1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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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3vs1 (1편)

8 갱킹 0 2,853 2020.04.10 18:07



"저 작업 중인거 아시잖아요"

"알다마다, 아니까 이렇게 부탁 하는게 아닌가"

"그냥 다른 사람한테 넘겨요, 안 그래도 요즘 진도 못빼서 답답하구만"

"기분전환 한다고 생각해, 안써지는 소설 붙들고 있으면 머리만 빠져 이사람아"

"어쨌든 싫어요"

"그러지말고 한 번 더 생각해봐, 그럼 연락 달라구 정작가"

동식의 은근한 설득에 재성의 이마가 엷은 주름을 만들어냈다. 자그마한 규모의 잡지사에서 편집장으로 일

하는 동식을 안 것이 올해로 삼년 째다. 월간잡지 '피닉스'에 정기 칼럼을 연재하면서 그와의 인연이 시작

됐는데,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활달한 사람이었다. 재성이 쓴 칼럼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가끔

씩 투고 형식으로 글을 올리곤 했던 것이다. 전국의 유명한 흉가나 폐가, 각종 미스테리한 장소들이 그 대

상이었다. 그곳을 방문하여 사진 몇 장 찍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었다. 가끔씩 인근 주민들의 인터뷰를 싣

기도 했지만 그건 드문 일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조합하고 재구성해서 재성 자신이 직접 꾸며내었

다. 가상의 주민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한 뒤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감쪽같았다. 애초에 그 장소란 것들이 과

장되고 부풀려진 소문으로 인해 유명해진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재고갈로 그만두긴 했지만 가끔씩 용돈

벌이식으로 기고하곤 했던 것이다. 통화를 마치고 재성은 담배 한대를 꺼내 물었다. 열 평 남짓한 작업실은

엄연한 금연구역이었지만, 지금은 재성 혼자였다. 창문을 열고 라이터의 부싯돌을 당겼다. 숫돌끼리의 마찰

로 요란한 불꽃이 튀었지만 웬일인지 불이 붙지 않았다. 라이터를 들어 눈앞으로 가져오자 드러난 밑바닥

이 보였다. 주황 빛깔의 일회용 라이터는 아직 스티커도 떼지 않은 상태였지만, 연료가 사라진 이상 플라스

틱 덩어리에 불과했다. 재성이 라이터를 쥐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반쯤 기울인 채 연거푸 부싯돌을

당기자 가느다란 연기가 솟아올랐다. 무리하게 힘을 준 탓인지 엄지가 쓰라려왔지만, 다행히도 노란 불꽃

을 피워낼 수 있었다. 연기를 깊숙히 들이마신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중충한 하늘에선 금세라도 비

가 쏟아질 기색이었다. 점심도 먹지 않은 오전이었지만 짙은 어둠으로 인해 해질녘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

다.

"후.."

연기를 길게 내뿜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여느때와 달리 니코틴의 독특한 향을 느낄수는 없었지

만 담배를 태운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한모금을 더 들이마신 뒤 재성의 시선은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못다쓴 문장이 타이핑 되어있고, 그 오른쪽에는 구겨진 휴지 뭉치들이 수북히 쌓

여있었다. 축축한 휴지 뭉치들은 한 덩어리로 쌓여 있었는데, 흐릿한 날씨와 어우려져 작업실 분위기를 한

층더 눅눅하게 만들었다. 코끝이 간질거림을 느끼자 재성이 반사적으로 휴지를 집어들었다. 어제 새로 뜯은

두루마리 휴지가 어느새 심지를 드러낼 정도로 줄어있다.

"패앵"

힘껏 코를 풀자 싯누런 콧물이 휴지 가득 쏟아진다. 끈끈하게 뭉쳐진 콧물이 포도알맹이처럼 탱탱하다.

"부우웅"

휴지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나자 핸드폰의 진동이 울린다. 액정화면에 낯익은 번호가 뜨자 재성의 얼굴

삽시간에 찌푸려진다. 들었던 핸드폰을 슬그머니 내려놓자 진동소리가 더욱 커진다. 재성의 씁쓸한 눈이

제자리를 빙그르 돌고있는 핸드폰에 고정되었다.





"은정아, 그만 헤어지자"

커피잔을 쥔 그녀의 손이 움찔 거렸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이런날 교외로 나가야 하는데.... 오빠, 이왕 말 나온 김에 오늘 어때?"

"은정아 그.."

"잠깐만, 여보세요? 어라 현주니? 야 이게 얼마만이야, 진작에 연락좀 하지 기지배야"

과장된 억양으로 그녀가 핸드폰을 받았다. 전화가 오지 않았다는건 그녀도 알고 재성도 안다. 그녀가 재성

쪽을 힐끔거린채 계속 통화를 이어나간다.

"오빠 미안해, 나 잠깐 통화좀 하고 올게"

그녀가 대답도 듣지 않은채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조개껍질로 만든 목걸이가 위아래로 크게 휘청거린다.

생일 선물로 사준 목걸이 속에는 그녀의 탄생석이 숨겨져 있다. 그녀는 재성이 당황할 정도로 기뻐했었다.

비싸지도 않은 선물에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마워하던 그녀가 떠올랐다. 화장실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재성은 소파 깊숙히 등을 파묻었다.

"04학번 김은정이라고 합니다. 집은 울산인데 사정상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취미는.."

"그만그만..이거 너무 딱딱하잖아, 그런거 말고 진짜로 자기 소개를 해보란 말야"

지켜보던 재성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친구는 있는지, 연애경험은 몇번인지 이런걸 말해줘야지"

태훈은 짐짓 심각한 어조로 신입생들을 나무라고 있었지만, 구경하는 사람들 입가엔 하나같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체격도 크고 눈도 왕방울만한 선배하나가 연신 다그치자 신입생들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남자친구는 없어요, 아직 한번도 사겨 본적이.."

남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심리학 동아리 '프로이즈'를 구성하고 있는 시커먼 남자들 다섯명이

내지르는 소리에 세 평 남짓한 동아리실이 떠나갈듯 들썩거렸다. 하얀블라우스를 목 끝까지 잠근채 긴 생머

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이 상황이 어색한지 연신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조금은 촌스러웠지만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재성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

"다른 동아리 놔두고 하필 재미도 없는 심리학 동아리에 온 이유가 뭐지?"

재성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얼핏 감정을 상하게 할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순순

히 대답했다.

"히스테리 증세가 조금 있어요..거의 다 치료 됐는데 한 번 연구해 보려구요.."

"히스테리라면 가벼운 신경성 질환 아닌가? 근데 그게 치료 받을 만큼 심각해?"

"심하진 않은데 유전성 질환이어서 완치는 힘들다고..."

그녀의 대답에 다들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었지만 재성만이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렸다.

"같이 한번 연구해보자, 못 이겨낼 병은 세상에 없어"

재성의 손길에 그녀가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또깍거리는 하이힐 소리에 재성이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가 소파에 앉아 재성을 바라본다. 붉은기가 가시

지 않은 두눈을 애써 감추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물을 틀어 놓은 채로 울었을 것이다. 소리 죽여

울었을 그녀를 생각하자 재성의 가슴속이 납덩이 마냥 무거워졌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마감 날짜도 다가오는데 글은 반도 못썼어, 게다가.."

"나 때문에 그런거라면 며칠간 안보면 되잖아, 일 끝내고 다시 만나자. 응? 그러면 되잖아"

그녀의 속사포같은 말에 재성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이별 통보였다. 진작에 헤어졌어

야 하지만, 끈질긴 설득에 끝내는 마음이 약해져 버리고 마는 그였다. 굳게 마음 먹었다가도 울면서 매달리

는 그녀를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질질 끌어온 것이 벌써 일년이 넘는다.

"안돼 안돼, 절대로 안돼..이건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냐"

재성이 벌썩 일어서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제 네 전화도 안받을거고 더이상 만나지도 않을거야..진짜로 끝이야"

재성이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읊조렸다.

그게 삼일전 일이었다. 하루동안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재성은 커다란 해방감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몇년 묵은 변비가 모조리 배출되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글도 술술 써졌다. 반 년전

부터 쓰기 시작한 추리소설이 근 보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중이었다. 한번 발동이 걸리자 둑이라도

터진것 처럼 신들린듯 써내려갔다. 생동감 넘치는 문장에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2:43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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