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손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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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손 (5편)

8 갱킹 0 2,931 2020.04.13 16:23

-스르륵 쿵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다가오는 것 보다는 옮겨진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경비는 엎드려 죽은 모습 그대로,

머리를 약간 들면서 몸을 스륵하고 전진 한 후에,

다시 머리를 바닥에 내렸는데,

그 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 모습이 계속 반복 되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움직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데 비해,

다가오는 거리는 아주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조금씩이지만 다가오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현재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가 없는 신세니까.



“민혁이 정말로 죽은거야!? 그리고 방금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아직도 눈을 못 뜨고 있는 조장이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어서 정신 차리세요 제발.”



말이 끝나자,



-찌지지직 찌직 꿈틀 찌지지직



이번에는 윤철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박혀온다.

아까 전에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동물의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제 조금씩 괜찮아진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구!”



조장이 약간 들 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조금 나아지는 모양이다.



“예. 아 그리고 눈 뜨자마자 기절 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진담 쪽에 훨씬 가까웠다.

일단,

방금 전 민혁이 뿜은 피로 온 사방이 피투성이인 데다가,

변기 앞에서는 죽은 경비가 머리를 땅에 박아가며 조금씩 앞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 조장의 눈이 안 보일 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손’이었지만.



-찌지직 투둑 투두둑 푸욱!!



과격한 소리에 앞을 바라본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윤철의 배에서 아까보다 더 심한 소리가 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푸욱’하고 구멍이 하나 뚫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길죽한 무언가가 올라왔는데,

다름 아닌 손가락이었다.



-투툭 푸욱! 투투툭 푸욱!



하나의 구멍이 뚫리자,

곧 있어 연달아 두 개째, 세 개째도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손가락이 나왔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이 윤철의 배를 뚫고 나와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피로 범벅 된 바닥에는 경비가 움직이고,

죽어있는 윤철의 배에서는 ‘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걸 제 정신으로 보고 있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초조하게 발만 동동 구르며 실내의 이 곳 저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면대 위쪽 선반에는 수건들과 각 종 세면 용품이 가득했다.

쓸모없었다.

변기 바로 오른 편에는 휴지가 반 쯤 채워진 휴지통과, 변기를 뚫는 압축기가 보인다.

압축기를 보면서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쓸모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엔 고개를 돌려 왼 쪽 바닥을 바라보았다.

구석 모퉁이에 욕실용 세제들이 널려있었다.

천천히 그것들을 살펴보는 중,

빨간 작은 통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장. 잠깐 옆으로 비켜 보세요.”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조장을 옆으로 밀쳤다.

조장은 이제 약간 실눈 정도는 뜰 수 있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거기 뭐라도 있어?”



나는 대답 없이 그 통을 집었다.

역시 예상대로 염산이었다.

급박한 상황에 그나마 쓸모 있는 물건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펴보지만 헛수고였다.



“어억!! 뭐야 이건!!!!”



조장의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눈이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으아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여기 왜 이래! 그리고 저건 또 뭐고!”



정확히 내 예상대로였다.

온통 피 칠갑이 된 공간에,

어떤 시체는 움직이고,

어떤 시체는 배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그래도 기절은 안 했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좀 눈이 보여요? 설명 길게 못 드릴 것 같아요. 우리 어서 여기를 나가야 합니다. 당신은 119대원이
니까 쓸 만한 물건 좀 있나 찾아보세요.”



조장이 힘겹게 눈을 껌뻑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찾아는 보겠는데, 내가 맥가이버는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는 말라구.”



그런 힘 빠지는 농담을 하다니.

나는 대답은 생략하고 쓰러진 아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언제까지고 정신을 잃은 채 둘 수는 없었다.



“여보! 자기야! 자기야!”



아내가 눈을 떴을 때,

처참한 광경에 또 다시 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얼굴을 품 안에 꼭 껴안았다.



-툭툭툭



“자기! 일어나. 어서! 김주희! 야 김주희!!”



등을 두드리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으.....”



아내의 나지막한 신음소리.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주희!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내의 눈꺼풀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천천히 위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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