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그들은 모르고 있다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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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그들은 모르고 있다 (단편)

8 갱킹 0 2,943 2020.04.08 16:49




빌 러프넥은 일어난 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눈을 감고, 한차례 기지개를 켰다. 찌뿌드드한 몸이 개운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자신이 완벽히 정신을 차렸다는 생각이 들자 눈을 떴다.

여전했다. 그는 감옥안에 누워있었다.

어젯 밤, 평소대로 직장을 마친 후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서류를 재검토 한 뒤에 자신의 침대에서

잠이 든 것이 분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지금 이 진풍경은 무어란 말인가.

우선, 왼쪽 손목에 느껴지는 쇠고랑의 차가운 감촉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빌은 천천히 일어나서 방을 한번 훓어 보고는, 자신이 한번도 와본적이 없는 곳이라고 단정지었다.

어두운 회색 콘트리트가 전부였다. 단단해보이는 회색 벽이 사면을 꽉 막는 작은 방이었다.

자신이 깨어난 침대는 쇠로되어 있었고, 매트리스와 이불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얇았다.

문은 단 하나, 침대 옆쪽 면의 가운데 튼튼해보이는 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쇠문 위쪽에 난

작은 창이 하나, 그리고 문 아래 식사를 넣어주는 듯한 작은 여닫이 하나.

그리고 문 반대쪽 벽에 3m 위에 나있는 작은 창문.

저렇게 높은 위치에 창문을 달 필요가 있었을까? 창의 크기는 20cm를 못되어 보였고

설령 저 곳에 손이 닿는다 한들 정상적인 키와 몸무게를 가진 성인들은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을 터였다.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빌은 이곳을 감옥이라고 단정지었다.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연결되었다.

'내가 죄를 지었나?'

순식간에 반론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우선 빌은 전혀, 절대로 수감될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게다가, 어떠한 연고나 절차도 없이 이렇듯 감옥에 처박히는 일이 말이나 되는가!

결론을 내린 빌은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쇠문으로 다가갔다. 왼손에 채워진 고랑은 방 전체를 무리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었다.

빌은 문위의 창을 통해 밖을 확인했다. 양 옆은 볼 수 없었지만 깨끗하고 흰 복도였다.

혹시나 범죄조직에게 납치된 것은 아닐까, 하던 빌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쇠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텅텅텅-!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 응답이 없었다. 빌은 오기가 생겨 문을 더욱 크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두드린지 오분여 정도 되었을까, 구두소리와 함께 반무테 안경을 쓴 백인남자 한명이 나타났다.

눈매가 날카로웠다. 흰 색 옷을 보니 무슨 의사같았다.

어떤 갱들은 일반인들을 납치해 장기를 밀매하기도 한다던데, 하는 끔찍한 상상을 억누르고

빌이 말했다.

"어, 저기요.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요"

"...."

그는 아무 말 없이 빌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가 왜 여기있는 거죠? 전 이런 상황에 처할법한 어떠한 일에도 동의한적이 없거든요.

아니, 그보다 대체 여긴 어디죠?"

남자는 여전히 빌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분석적인 시선이었다. 대화가 포인트가 아니라,

빌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과제라는 것처럼.

참지못하고 빌이 한마디 하려는 찰나 남자가 말했다.

"*** *****?"

빌은 귓구멍을 후볐다. 상대방의 말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면 상대방이 외국어를 썼거나.

"저기, 전 미국인이거든요. 영어 할줄 몰라요?"

"****** ***** *******"

"에, 뭐라고요?"

"**** ** ***"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4,5살의 아이들이 횡성수설 지껄이는 말이랄까, 그런 비슷한

웅얼거림이었다. 혹은 아기들의 옹알이라고나 할까. 귀로 듣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소리가 아니다.

청소년들의 은어라거나, 다른 형식을 가진 타 민족의 언어라던가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소음이다! 뭐지, 저 소리는?

빌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괴상한 중얼거림이었다. 비유하자면... 초고속 재생화면을 통해 듣는

뉴스랄까? 빌은 얼이 빠졌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린 사람은 흰 종이에다가 재빨리 무언가를 휘갈기고 빌의 방 앞을

지나쳐갔다.

"이봐요! 기다려!"

빌은 낙담해서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감상 십여분이상을 두드려도 이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쇠문을 걷어차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자 대답은 쇠문이 아니라 옆에서 들려왔다.

"보아하니- 새로 들어온 모양인데"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침대가 놓인 벽 앞쪽에서 들려왔다. 빌은 번개같이 달려와 벽에다

귀를 가져다 댔다.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적잖이 안도가 되었다.

"이봐요, 옆에 있어요? 휴, 난 또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잖아. 아, 당신도 여기 있어서 유감이 아니란

말은 절대로 아녜요. 아무튼, 내말은... 왜 내가 여기 있느냐는 거에요"

옆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퍽 재미있는 친구야. 이제 좀 심심하지 않겠어"

"이봐, 난 진지해요! 난 아무런 잘못도 한 적이 없다구! 왜 이런 빌어먹을 감옥에 갇혀야 하는지,

난 몰라!"

옆방의 목소리가 목을 가다듬었다.

"흠, 글쎄. 나도 여기에 갇혀 있고. 당신 생각에 동의해, 당신은 죄가 없어.

어떻게 아냐구? 나도 죄가 없거든. 아마추어 야구 선수였지만 내 배팅은 끝내줬어,

연습 게임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빌어먹을, 잠에서 깨보니 이곳이더군"

옆 방 남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은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 곳에서 오랜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제기랄! 처음보는, 아니.. 처음 대화하는 사람하고 말다툼하긴 싫지만 당신 따윈 관심없어!

여긴 어디지? 왜 우릴 가두고 있는 거냔 말이야!"

옆 방에 잠시 침묵이 일었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 상대는 곧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일단 친구, 자네 이름이 뭐지?"

"빌, 빌 러프넥" 빌은 차가워진 손끝을 초조하게 물어 뜯었다.

"좋아, 빌. 잘 듣는게 좋을 거야. 우선, 나도 많은 것을 아는건 아냐. 명심하라구.

다만, 확실한 건, 아까... 대화해 보았지?"

빌은 눈치가 빨랐으므로 금방 대답했다.

"그래요, 문 밖에 빌어먹을 안경쟁이 말이지요."

다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 안경쟁이 친구. 대화해 보았다니 알겠지만, 전혀 의사소통이 되질 않아.

그 사람만 있는게 아니지. 이곳에도 많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

우리처럼 갇혀있는 사람들끼리는 문제가 없지만. 문 밖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절대로 이야기 할 수 없어.

우리가 무슨 애기를 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 역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우리에겐 이해가 안되지.

나 같은 경우엔 어린아이 떼쓰는 소리로 들리던데. 자네는 어떤지 궁금하군. 아무튼...

다행인건 그 친구들이 우리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 거야. 이곳에 가두어 두고는 있지만

하루세끼 식사는 꼬박 꼬박 가져다 주지. 뭐, 메뉴가 훌륭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제길, 이런 곳 따윈 관심 없어! 난 나가야 돼! 내 삶! 내 식구! 내 직업!"

옆 방의 목소리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시 이야길 꺼내는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이봐, 친구... 아니, 빌이라고 했던가? 그래, 빌.

잘들어둬, 난 이곳에서 벌써 4년 남짓을 보냈어. 내 오른쪽 방에 네가 있고, 왼쪽 방에도 한 녀석이 있는

데, 이름은 케플러라고 하지. 케플러는 이곳에서만 13년을 보냈어. 알아들어?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2:54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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