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냉동인간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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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냉동인간 (단편)

8 갱킹 0 2,805 2020.04.08 17:04




"어이, 다들 잘 돼가나?"


김회장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연구소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곁에는 김회장의 아들인 김전무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런 김회장을 따라 다니고 있었다.


"잘 돼가고 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연구소 소장인 최박사가 우물거리며 얘기했다. 김회장의 얼굴은 일순 일그러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최박사. 거 뭔소리야? 내가 분명히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 지으라고 했잖아? 하루가 지체될 때마다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냉동공학의 일인자라고 해서 기껏 초빙해 왔더니, 이거 순 돌팔이 아냐?"


갑자기 연구소 안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윽고 김전무가 김회장의 팔을 잡으며 진정시켰다.


"아버님 혈압도 높으신데 그만하시죠. 최박사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까?"

"야, 이놈아. 넌 너무 마음이 좋아서 안돼. 너한테 회사를 맡겼다가는 일년도 못 가서 말아 먹겠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부리면 기어 오른단 말이다. 잘 배워둬. 이놈아."


최박사가 쭈뼛거리며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어떻게 해서든 이번 달 안으로 작업을 마무리 지을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김회장은 다소 누그러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암..."



김회장은 어렸을 적부터 돈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다. 대대로 명문집안이라 돈에는 별다른 구속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생기면 두개로 불릴 생각만 했지 쓸 줄은 전혀 몰랐다. 그래서인지 회사가 더욱 번창했지만 이 정도 되기까지는 김회장이 귀가 따갑게 들어 온 '노랭이'라는 소리와 함께 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김회장은 그런 성공을 순전히 자신의 영특함과 돈벌이에 대한 수완덕분이라고 믿는 터였다.



"아버님. 그런데 제 생각에는 말이죠. 아버님의 이번 계획은 좀..."


마침 김회장은 넓은 사무실에서 실내 골프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이놈아, 그게 뭔 소리냐?"

"저, 이번에 아버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그 냉동인간 계획은..."


김회장은 눈을 부라리며 골프 채 끝으로 김전무의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그러니까 너는 기껏해봐야 과장감 밖에는 안되는 놈이야... 그나마 애비 잘 만나서 전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으면 내가 시키는 건 죽어라하고 해야 될 것 아냐? 왜 자꾸 토를 달아?"

"그래도 이번 계획은... 돈도 돈이지만... 좀 무리하시는 것이 아닌지..."


김회장은 안주머니에서 시가를 한 대 꺼내 피워 물었다.


"야, 이놈아 잘 들어둬. 난 여지껏 안 해본 짓이 없는 놈이야. 물론 어릴 때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교를 제대로 안 다녀 머리 속에 든 건 없지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건 뭐든지 하고야 말았다고."

"그건 압니다만..."


김회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너털 웃음을 웃어댔다.


"아는 놈이 자꾸 말대꾸야? 야, 이놈아, 난 평생 돈을 벌기 위해서 살았다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오직 돈벌이에만 썼단 말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부유하게 지내온 건 사실이야. 나도 너처럼 애비를 잘 만났으니까. 하지만 나이 육십을 먹고 생각해보니 나에 대한 투자가 너무 없었어. 이제는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아야겠다."

"그러면 여행을 다니시던가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시면 돼죠, 무슨..."


김회장은 불같은 성격답게 김전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골프채를 휘둘렀다. 

김전무는 '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꼬꾸라졌다. 김회장은 씩씩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놈이 죽은 제 에미를 닮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네가 참새냐? 짹짹거리게?"


김전무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야, 이놈아 내 소원 하나 못 들어줘? 그것도 내가 네 돈으로 해달라는 거야? 내가 번 거 내 맘대로 쓰고 소원 하나 이뤄 보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야? 그래, 탁 터놓고 얘기 좀 해보자. 내가 미래의 세상이 어떤지 좀 보고 싶어 그런다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냉동인간이 되는 수 밖에 더 있어? 네가 타임 머신이라도 만들어줄래?"


김전무는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으로서는 냉동인간도 그렇게 확실한 방법은 아니잖아요? 아버님 말씀대로 설사 냉동인간으로 이백년 쯤 후에 다시 깨어 나신다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어떻게 사실거며... 또..."


김회장은 금고로 다가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황금이 가득차 있었다.


"자, 봐라, 이놈아. 이것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해결되는 거야. 사람 사는데 지금이나 미래나 다를게 뭐가 있겠냐? 돈만 있으면 다 잘먹고 잘 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또 아냐? 이백년 쯤 후에는 사람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이라도 개발되어 있을지...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난 이 돈으로 영원히 편안하게 살면서 하고 싶은 걸 다할거라고... 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야. 후. 후. 후."


김전무는 씁쓸한 표정으로 김회장을 쳐다 보았다.


"아버님의 진짜 속 마음은 거기 계셨군요. 영원히 살고 싶은..."


김회장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내 재산 중 반만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너한테 주마. 네가 회사를 말아먹든 말든 마음대로 하고...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그 정도는 해 주고 가야지. 안 그러냐? 하. 하. 하."


김회장은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지만 김전무는 그런 아버지가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다.



"자. 자. 마지막으로 프리즌 콘트롤러 점검을 하고..."


연구소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박사는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계기판을 확인하였고 김회장은 커다란 냉동기의 유리관 속에 반듯이 누워 김전무에게 얘기했다.


"얘야. 이젠 이별이다. 너야 기껏 살아봤자 삼십년이지만 난 잘만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 거야. 하. 하. 하."

"아버님. 이제라도 마음을 돌리시죠. 좀 무모한 것 같지 않습니까?"

"이놈아. 그래도 못 알아 듣겠냐? 난 한다면 하는 놈이야. 참, 내황금은 어디있냐?"

"예. 아버님 옆에 있는 금고 안에 잘 모셔 놨습니다. 아버님이 깨어나시면 곧 쓰실 수 있게요."

"후. 후. 잘 했다. 인간이 살아 있는 한 황금은 가치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음... 정말로 기대되는군. 이백년 후의 지구가 어떨지.... 뭐 어쨌든 지금보다야 발전 되어 있지 않겠냐?"


최박사가 모든 점검을 마치고 김회장에게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곧이어 냉동기의 유리덮개가 잠기자 김회장은 가슴이 설래여선지 흥분때문인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김전무는 그런 김회장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최박사에게 말했다.


"모든게 다 완벽하겠죠?"

"예. 전무님. 다 완벽합니다. 제 명예를 걸고 약속하죠."

"그리고 틀림없이 이백년 후에는 다시 깨어나시고요?"

"그럼요. 저희 회사가 존재하는 한은...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관계 서류도 다 철저하게 준비해 놨으니 다른 사람들이라도 김회장님을 깨어나시게 할겁니다."

"좋아요. 그럼 시작하세요."


최박사가 빨간 버튼을 누르자 '끼이잉'하고 김회장이 누워있는 냉동기가 작동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혈압 정상. 체온은 5분에 1도씩 감소하게 계기를 맞추고. 좋아. 좋아."


잠시 후 냉동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중앙 컴퓨터 화면에 떴다. 김전무와 최박사는 냉동되어 누워 있는 김회장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참나, 아버님 고집은..."

"어쨌든 일단 냉동은 성공적으로 됐으니 이젠 우리가 할 일은 다끝난 셈이군요."

"아버님, 그럼 이백년 후의 세상을 마음껏 즐기세요. 그럼..."



김회장의 귀에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의식 속에 약한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고 차츰 김회장의 몸이 말을듣기 시작했다.


"의식이 돌아옵니다."

"그런 것 같군."


김회장은 신음 소리를 내며 살짝 눈을 떴다. 연구소 안은 자신이

냉동될 당시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으... 음..."

"깨어났나?"


김회장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우... 잠깐 잔 것 같은데 벌써 이백년이 지났나? 지금이 서기 몇년이지?"

"서기?... 아하... 이 행성의 날짜를 물어보는군..."

"엥? '이 행성의' 라니...?"


그러고 보니 김회장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생김새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키는 전부 150cm정도 밖에 안돼 보였고 피부도 무척 창백했다. 그들 중 책임자 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냈다.


"음... 그러니까 지금이 너희들 날짜로... 서기 2198년이지."

"저, 그런데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 요?"


곁에 있던 사람들이 비아냥 거리 듯 웃었다.


"역시 지구인들은 궁금한게 많군."


김회장은 아직도 얼떨떨한 정신이라 그들의 말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구인이라뇨. 당신들은 그럼...?"

"하. 하. 하. 네가 살던 지구라는 행성은 이미 50년 전에 우리 행성의 식민지가 됐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흥분이 되는 구만. 하찮은 무기로 우리들에게 덤벼들던 꼴이란... 미개한 지구인들..."


김회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그럼... 이들은...'


"그나저나 지구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야. 물도 풍부하고... 우리 행성, 아 그러니까 너희들이 K-303이라고 부르는 그곳에는 지금 물이 아주 부족하거든? 우린 물이 아주 많이 필요하지. 비록 한심한 지구인들이 환경을 많이 오염시켰어도 아직 이곳의 물은 꽤 쓸만하거든."

"그... 그럼... 다른 지구인들은?"

"아이고. 생긴 값을 하는지, 알고 싶은 게 많군. 그래. 까짓거 다 얘기해주지. 어차피 내일부터는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일만 할 테니까. 음... 다른 지구인들은 전부 물을 채취하는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 그들은 우리들이 개발한 약으로 영원히 살 수 있지. 물론 너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결국 지구인들은 영원토록 살면서 우리들을 위해 노예처럼 일을 하는 거야."


김회장은 다급히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직 옆에는 황금을보관한 금고가 놓여 있었다. 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굴한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내, 저기 있는 황금을 다 줄테니 제발 일만은 시키지 말아줘요. 난 평생 막일은 안 해 본 사람이란 말입니다. 더군다나 나는 그런일을 하기엔 너무 늙지 않았소? 자, 나와 거래를 합시다. 저 정도황금이면..."


그는 금고를 한 번 힐끔보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 하. 하. 저 누런 돌덩어리를 꽤나 대단하게 생각하나 보군. 저런 돌덩어리를 내가 가져서 뭣해?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오늘은 푹쉬기나 하라고. 내일부터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쁠테니까. 지구인들은 너무 말이 많다니까. 하. 하. 하."


김회장은 문을 세차게 닫고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다가 머리를 감싸고 흐느꼈다.


"이... 이런... 차라리 깨우지나 말 것이지...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일만 해야 한다니...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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