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절대갑옷-아미타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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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절대갑옷-아미타빌 (1편)

8 갱킹 0 2,752 2020.04.01 16:57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 여객기 티켓이라는 놈의 가격은 지나치다고 생각해, 그렇지?

사실 내 친척동생이 스튜어디스를 하는데, 아니 뭐 자랑은 아니고..

그래서 이쪽의 구린내나는 일을 좀 알고 있어"

"....."

"비행기 연료가 뭔줄 아나? 왕복일 경우에는 AV가스를 쓰거든. 아 참 AV가스는 최고급휘발유라고

말할 수 있구, 헌데 이놈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거든.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 얘들 중에서 가장 가격이 비싸.

미국이나 영국이 이 가스를 쓰는데, 혹시 우리와 티켓 가격을 비교해 본 적 있나?"

"......"

"그래, 그거거든. 터무니 없이 싸단 말야, 택시값이나 배삯과 비교해도 결코 많지 않아

헌데 우리나라 한번 보라구, 서민들은 웬만한 결심 아니면 외국 나가기도 힘들거든...

그러면 우리나라 비행기 연료가 AV가스냐... 그것도 아니야, 그보다 질이 훨 떨어지는 JP유를 쓴단 말야

연료는 질이 낮고 운임료는 턱없이 비싸고.. 물론 연료는 아무거나 쓴다고 치자, 그런거야 주인 마음이니.

사실 비행기 연료는 굳이 휘발유쪽을 쓸 필요는 없거든, 경유쪽을 써도 끄떡이 없어. 왜 그런지 아나?"

"....."

인천발 뉴욕행 항공기인 KE81 기내에서 여승무원 둘의 표정이 마침내 사라졌다.

직업 특유의 인내심과 습관처럼 훈련된 미소는 성형중독자의 그것처럼 어색하게 변했으며,

종래에는 그것마저 사라지고 싸늘한 무표정이 자리를 잡았다.

저 사람은 착석한 후로 잠시도 입을 쉬지 않았다. 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라지만, 가능하다면

바늘로 입을 꿰매놓고 싶었다.

마음속에서 아홉번째로 입을 꿰맸을 때,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그녀는 천성이 착했고, 결코 모진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살의에 잠시 반성을 했다.

그녀의 시선이 수다를 떨어대는 남성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폈다.

머리는 어깨까지 길러 하나로 묶었고, 옷은 저급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별 특징이 없이 평범했는데, 많이 보면 30대 후반으로 보였다.

다시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사실 그녀보다는 직접 듣는 저 사람이 더욱 힘들것이다.

남자의 옆좌석에는 갈색의 야구모자를 눌러 쓴 젊은 사내 한명이 눈을 감고 있었다.

막 군대를 제대했거나, 그즈음의 나이로 보였다. 모자로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희끄무레한 피부에 오똑한 콧날은 꽤나 호남형임을 짐작케 했다.

"저기요.."

멍하니 바라보던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황급히 돌아갔다.

사내가 별안간 눈을 뜨고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네.네 손님, 무슨 불편한 곳이 있으십니까"

표정을 가다듬고 그녀가 사내에게로 걸어갔다.

"혹시..."

사내는 모자를 벗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젊은 남자의 강렬한 눈빛에 그녀의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아..'

그녀의 예상을 웃돌았다. 사내는 선이 무척 고운 미남이었고, 야수같은 박력을 가지고 있었다.

"....."

그녀가 멍한 얼굴로 사내를 바라 보았다. 잠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본능에 이끌렸다.

"혹시..."

사내가 재차 말을 꺼내며, 옆쪽을 훽 째려 보았다.

"이 곳에 귀마개가 있습니까?"

"네? 귀..귀마개요? "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 귀마개가 있었던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 그녀의 옆으로 또 다른 승무원이

다가왔다.

"여기 귀마개 있습니다, 손님. 또 불편한 사항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사내가 여자의 손에서 냉큼 귀마개를 낚아채 갔다.

"미스터 권도 한번 생각해 보게나, 글쎄 내 말이 틀린가?

셰브론 사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차별이거든..

왜냐하면..."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화제는 이제 석유회사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김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좀 졸리군요"

귀마개를 잽싸게 꽂은 그가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옆에서 무슨 말이 들려 왔지만, 그것은 아득한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 같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에 그가 전신을 릴렉스 하게 풀었다. 노곤하게 밀려오는 피로감이

묘한 쾌감으로 변했다.


비행기는 여섯시간을 더 날아간 뒤 뉴욕 JFK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멈추자 두 사내가 자리서 일어났다.

"와우, 드디어 뉴욕이군"

긴머리의 남자가 창밖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으드득"

야구모자의 사내는 굳었던 몸을 활짝 폈다.

전신에서 근육이 힘껏 확장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갑시다, 김선생님"

기내의 사람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하나 둘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에서 승무원들이 인사를 했다.

"편안한 여행 되셨습니까? 저희XX항공에서는 여러분들의 쾌적한 여행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그가 웃으며 귀마개를 돌려 주었다.

스튜어디스는 아쉬운 듯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사내는 서둘러 내려버렸다.

"후욱"

바닥을 내려서자 사내가 힘껏 공기를 들이 마셨다.

차가운 뉴욕의 공기에 폐가 서늘해졌다. 지금은 밤이었지만, 공항은 온갖 조명들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둘은 일렬로 늘어선 택시로 다가갔다.

"Whats your destination?"

"몬텔리가 lake"

택시기사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이내 택시는 출발했다.

사내는 꽤나 유창한 영어로 기사와 얘기를 나누는 반면, 긴머리의 남자는 시종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학은 필수 코스인데, 안 거치셨어도 괜찮나요?"

"영어는 내가 사탄 다음으로 싫어하는 거야"

"김선생님이 능력에 비해 외국으로 못 나간게 그것 때문이었군요"

"얼마든지 놀려라, 단단히 기억해 둘테니"

"농담입니다, 하핫"

택시는 커다란 키의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반짝 거리는 무언가가 드러났다.

"저 곳이 몬테리가 호수입니다"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사내는 달빛에 반짝이는 호수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호수가 다가오면서 나무는 사라졌고, 마침내 택시가 멈추었다.

"헌데 손님들도 거기 가려고 오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못 들어 갈텐데요, 철통경비예요 그곳은"

"우린 일반인이 아니거든요"

사내가 달러를 지불하고,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둘이 차에서 내리자. 택시는 곧 되돌아 가버렸다.

잠시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긴머리의 남자가 팔을 잡았다.

"가자"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3:33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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