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껌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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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껌 (6편)

8 갱킹 0 3,228 2020.04.02 15:07




-여보세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늘 그렇듯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은비를 혼낼 때는 조금 날카로워 지지만 말이다.



“후우...”



아내의 목소리에 마음이 놓인 탓인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내가 재차 물었다.

처음 보는 번호인데 걸자마자 한숨부터 쉬어서 그런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나야.”



짧게 한 마디 했다.



-어? 자기야?



단번에 알아챘지만 역시 의아해 하는 목소리였다.



“어. 은비는 자?”



-아니 아직. 음음. 이 번호는 뭐야? 음음.



밥이라도 먹고 있는 걸까.

손목을 올려 시계를 봤다.

열시 이십 분.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다.



“아아. 후배직원 전화야. 내 게 지금 고장 났거든.”



-음음. 음음. 아휴 어쩌다가. 그런데 밥은 음음 먹었어?



“어. 뭐 대충. 그건 그렇고,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아.”



-왜? 음음 많이 바빠? 음음 은비가 자기 때문에 안자고 있는데. 음음.



“자세한 건 들어가서 말할게. 은비 어서 자라 그래.”



-음음. 음음.



아까부터 우물거리는 소리가 계속 거슬린다.

대체 뭘 먹길래.



“대체 입안에 뭐야? 통화할 때는 삼키든지, 뱉든지 하라고.”



-음음. 아아. 알았어. 잠깐만. 음음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꿀꺽’하는 소리가 들린다.

삼킨 모양이었다.



“뭘 먹은거야?”



-아. 별 거 아니야.



“뭔데? 맛있는 거면 나도 내일 해줘.”



-후후. 은비 바꿔줄게~



‘은비야 아빠야~’ 하는 아내의 소리와,

‘어 정말?’ 하는 은비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우당탕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은비였다.

방심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자 나를 지켜보고 있던 필중이 말했다.



“집에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아냐. 그냥 딸내미가 소리를 좀 질러서 흐흐흐.”



어색하게 웃어주고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



“그래 아빠야. 깜짝 놀랐잖니.”



-아빠! 아빠! 음음. 오늘 음음. 왜 안 와~?



“아빠가 오늘 너무 바빠서 그래. 내일 일찍 갈게.”



-아아아아~ 치킨 치킨~ 음음. 치킨~



“은비 너~ 아빠보다 치킨이 더 보고 싶구나.”



은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냐. 아빠가 훨씬 보고 싶어. 음음



가만히 듣고 있으니 은비도 뭔가를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은비야. 그런데 지금 엄마랑 뭐 먹고 있었니?”



-응~ 음음 나 지금 껌 먹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껌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반응을 하는 모양이다.



“어, 어 그래. 은비야. 아빠가 며칠 전에 사준 치약껌이니?”



-아냐 그거~ 음음 엄마가 대빵 맛있는 껌 줬어~



갑자기 서늘한 기분이 든다.



“치,치약껌이 아니면 무슨 껌이야?”



-우웅~ 치약껌보다 음음. 훨씬 훨씬 음음. 백만배 달아 히히



치약껌보다 달다니.

살면서 수많은 껌을 씹어봤지만 어린이용 치약껌 이상 단 껌은 맛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단 껌을 찾기 힘들 거고.

그 껌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 껌.

그 껌?

순간 어제 잃어버렸던 껌 두 개가 떠오른다.



“은비야! 그 껌 어디서 낫니!”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은비가 깜짝 놀랐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아~ 깜짝 놀랐잖아! 아빠 바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안 좋은 쪽으로 일부러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시중에 파는 껌일 것이다.

어쩌면 껌처럼 생긴 츄잉캔디일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진정 되는 것 같았다.



“미안해 은비야~ 그런데 엄마가 무슨 껌을 줬어~?”



-아빠랑 말 안 해 흥!



“은비야~ 아빠가 내일 치킨 두 마리 사갈게~ 교촌하고 비비큐. 어때?”



-저엉말?



“그럼~ 아빠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와아아아! 음음. 아빠 내일 꼭 와야 해! 음음. 꼭이야 꼭!



치킨 두 마리에 겨우 은비의 마음을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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