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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안내
[공포소설][펌] 껌 (6편)
-여보세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늘 그렇듯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은비를 혼낼 때는 조금 날카로워 지지만 말이다.
“후우...”
아내의 목소리에 마음이 놓인 탓인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내가 재차 물었다.
처음 보는 번호인데 걸자마자 한숨부터 쉬어서 그런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나야.”
짧게 한 마디 했다.
-어? 자기야?
단번에 알아챘지만 역시 의아해 하는 목소리였다.
“어. 은비는 자?”
-아니 아직. 음음. 이 번호는 뭐야? 음음.
밥이라도 먹고 있는 걸까.
손목을 올려 시계를 봤다.
열시 이십 분.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다.
“아아. 후배직원 전화야. 내 게 지금 고장 났거든.”
-음음. 음음. 아휴 어쩌다가. 그런데 밥은 음음 먹었어?
“어. 뭐 대충. 그건 그렇고,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아.”
-왜? 음음 많이 바빠? 음음 은비가 자기 때문에 안자고 있는데. 음음.
“자세한 건 들어가서 말할게. 은비 어서 자라 그래.”
-음음. 음음.
아까부터 우물거리는 소리가 계속 거슬린다.
대체 뭘 먹길래.
“대체 입안에 뭐야? 통화할 때는 삼키든지, 뱉든지 하라고.”
-음음. 아아. 알았어. 잠깐만. 음음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꿀꺽’하는 소리가 들린다.
삼킨 모양이었다.
“뭘 먹은거야?”
-아. 별 거 아니야.
“뭔데? 맛있는 거면 나도 내일 해줘.”
-후후. 은비 바꿔줄게~
‘은비야 아빠야~’ 하는 아내의 소리와,
‘어 정말?’ 하는 은비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우당탕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은비였다.
방심하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자 나를 지켜보고 있던 필중이 말했다.
“집에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아냐. 그냥 딸내미가 소리를 좀 질러서 흐흐흐.”
어색하게 웃어주고 다시 통화에 집중했다.
“그래 아빠야. 깜짝 놀랐잖니.”
-아빠! 아빠! 음음. 오늘 음음. 왜 안 와~?
“아빠가 오늘 너무 바빠서 그래. 내일 일찍 갈게.”
-아아아아~ 치킨 치킨~ 음음. 치킨~
“은비 너~ 아빠보다 치킨이 더 보고 싶구나.”
은비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냐. 아빠가 훨씬 보고 싶어. 음음
가만히 듣고 있으니 은비도 뭔가를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은비야. 그런데 지금 엄마랑 뭐 먹고 있었니?”
-응~ 음음 나 지금 껌 먹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껌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반응을 하는 모양이다.
“어, 어 그래. 은비야. 아빠가 며칠 전에 사준 치약껌이니?”
-아냐 그거~ 음음 엄마가 대빵 맛있는 껌 줬어~
갑자기 서늘한 기분이 든다.
“치,치약껌이 아니면 무슨 껌이야?”
-우웅~ 치약껌보다 음음. 훨씬 훨씬 음음. 백만배 달아 히히
치약껌보다 달다니.
살면서 수많은 껌을 씹어봤지만 어린이용 치약껌 이상 단 껌은 맛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단 껌을 찾기 힘들 거고.
그 껌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 껌.
그 껌?
순간 어제 잃어버렸던 껌 두 개가 떠오른다.
“은비야! 그 껌 어디서 낫니!”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은비가 깜짝 놀랐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아~ 깜짝 놀랐잖아! 아빠 바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안 좋은 쪽으로 일부러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시중에 파는 껌일 것이다.
어쩌면 껌처럼 생긴 츄잉캔디일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진정 되는 것 같았다.
“미안해 은비야~ 그런데 엄마가 무슨 껌을 줬어~?”
-아빠랑 말 안 해 흥!
“은비야~ 아빠가 내일 치킨 두 마리 사갈게~ 교촌하고 비비큐. 어때?”
-저엉말?
“그럼~ 아빠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와아아아! 음음. 아빠 내일 꼭 와야 해! 음음. 꼭이야 꼭!
치킨 두 마리에 겨우 은비의 마음을 풀 수 있었다.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3:33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