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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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1편)

8 갱킹 0 2,923 2020.04.01 16:28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뭔 지 아니?



"글쎄... 사법고시?"

"틀렸어..."

"그럼.... 대통령?"

"아니야.."

"갑부.."

"것두 아니야.."

잠시 생각하던 영민이 무릎을 탁 쳤다...

"흐흐.. 알았다.. 정답은 자살!!"

"땡!!"

"에엑... 그럼 대체 뭐야?"

기원은 빙글 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대오각성..."

"대오..... 뭐라고?"

"대오각성... 다른 말로 득도 라고도 하지... "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는 영민이었다.

"뭐야.... 괜히 열심히 생각했네.."

"득도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야... 어제서야 비로소 결정했어.."

"엥..? 그건 또 뭔 생뚱맞은 소리야?"

"학과 말야... XX대 불교학과로 결정했어..."

"뭐? 미쳤어? 니 성적에 겨우? 대체 왜 그래?"

"오래 생각했어... 내 관심의 대상은 오직 득도 뿐야.."

"너 돌았구나... 잠시 바람 좀 쐬자... 남들은 스카이 못 가서 안달인데...."

"오전에 원서 넣고 오는 길이야.. 네 충고는 고맙지만.. 내 인생은 결정됐어..."

기원의 눈에선 원대한 포부가 넘실 대고 있었다.

"득도하면 뭐하는데? 뭐가 좋은데?"

"알 수 있지..."

"알아..? 뭘?"

"진리.... 이 세상을 관통하는 절대 비밀을 알 수 있어..."

"............."













쌀쌀한 2월의 어느날...

기원이 커다란 짐가방을 맨 채 집을 나서고 있었다..

"끝났어... 멀쩡한 내 새끼 다 베렸어...

거실에선 기원의 모친이 생기없는 얼굴로 중얼 거리고 있었다.

집을 나선 기원은 곧장 기차역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지금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요...'

지난 며칠 간을 가족과 싸웠다. 가족들은 기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기원은 집을 나왔다..

"서울행 하나요.."

표를 건네 받은 기원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곧 덜컹 거리며 기차가 출발하자 기원의 눈이 감겼다.


지난 해 여름 홀로 가 보았던 고성 폭포암이 떠 올랐다.

폭포암의 주지 스님은 기세가 장군 같았는데.. 입을 열면 언제나 불호령이었다.

그 날 법문을 들으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폭포암을 찾았다.

기원도 마음속의 큰 의문을 품고 폭포암을 찾은 길이었다.

법당에 사람들이 주욱 둘러 앉았고, 곧 주지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다.

그 날 기원은 법문을 듣는 내내 엄청난 희열을 경험했고, 지적 의문이 다소나마 해소되었다.

스님이 말하신 수십가지 얘기 중에서 특히 마지막 말이 신심을 자극했다.

"사람 몸 나기 힘들고, 불법 만나기 더욱 어렵도다.."

스님의 그 한마디가 기원의 인생 진로를 결정했다.

그 날 이후로 기원은 미친 듯이 불교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성철스님부터 시작해 불교의 불자가 들어간 책은 눈에 불을 키고 읽었다.

하지만 읽을 수록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갈증은 기원이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 되었다.










10년 후..


오랜만에 영민은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

여태껏 기반잡느라 눈코 뜰 새 없었지만, 올해 초 부터 다소 안정된 영민이었다.

"어째 니들은 변한게 없냐?? 여전히 개념이 없구만..흐흐"

"새끼 졸업하고 처음 나온 놈이 누군데 큰소리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영민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오늘 먹고 죽자!! 야 다들 잔 채워!!"

"크크.. 이리 좋아할 놈이 왜 코빼기도 안 비췄담.."

"알잖냐.. 내 일이 좀 그렇잖아.."

영민이 원샷을 외치자 모두가 단숨에 잔을 비웠다.


어느새 얼큰하게 취한 민수가 영민에게 물었다.

"근데 너 올해 경사 진급 했다며?"

"그래... 까불면 확... 체포해 버린다..."

"크크... 제발 체포해줘.. 감방가면 공짜로 밥 주지.. 알아서 운동 시켜주지... 완전 천국이다 천국.."

"미친놈..."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모두가 기분좋게 취해 있는 그 때 누군가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잠시 둘러 본 뒤 곧장 일행쪽으로 걸어왔는데, 수염이 덥수룩 한 것이 예사 풍모가 아니었다.

"오랜만이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어라... 누구지?"

"어... 너는..."

"아....."

낯익은 그의 얼굴에 친구들이 기억을 더듬었다.

"야.. 새끼 너 기원이지?"

별안간 영민이 벌떡 일어났다.

"반갑다"

영민이 기원을 꽉 안았다.

"불교과 갔다더니... 그 담부터 감감무소식이야..."

"그렇게 됐어.."

"너.... 완전 도사가 다 됐네..."

영민이 기원을 훑어보자 기원이 씨익 웃었다.

"일단 앉자... 앉아서 얘기하자.."

영민이 기원을 잡아 자리로 끌고갔다.

"먹고 살만 하냐?"

창수가 물었다.

"굶지는 않아, 내 명대로 사는데 지장은 없지."

"세상 참 재밌구나... 니가 스님이 되다니...."

"그래 기원이 너는 판검사가 어울렸는데 말야.."

기원은 빙긋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자 다들 한잔 하자.. 원샷 안하면 수명 10년 단축이다!!"

"오케이!!"

다들 잔을 들고 마실 때 영민이 기원의 귓가에 속삭였다.

"새끼.. 반갑다 끝나고 따로 얘기 좀 하자"

"그래"


그렇게 시끄러운 동창회가 두시간이나 더 지속됐다.


지금 시각 새벽 두시 반... 영민과 기원은 근처 빠로 들어왔다.

"너 앞으로 뭐할거야?"

"내일 산에 들어갈거야.."

"산이라........ 넌 좋겠다... 마음만은 편하겠네.."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3:44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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