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펌]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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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펌]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3편)

8 갱킹 0 2,886 2020.04.01 16:44




기원은 청력이 완전 차단된 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원이 재빨리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상태를 관찰했다.

몇 명이 마구 흥분하여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제법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으며... 때로는 무척 격한 몸짓을 보였다.

'독순술이라도 배워 둘걸...'

기원은 그녀의 입모양을 뚫어져라 노려봤지만... 헛수고였다.

그 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섰다.

기원이 바라보니 유명 비평가인 윤성호씨였다.

윤성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여자와 단독 대화를 시작했다.

윤성호가 따지면 여자가 바로 받아쳤다.

둘의 대화가 3분이 넘어서자 장내의 모두가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왜 딴 사람들은 가만 있는 걸까?'

기원이 초조한 낯빛으로 발을 굴렀다.

5분이 더 지나자 윤성호가 후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 때부터 붉은 사쿠라의 눈빛이 달라졌는데,

말을 하면서 손을 떠는가 하면, 미친듯이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녀의 입모양은 쉴새 없이 움직였고, 짐작컨대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 내는 것 같았다.

'잠깐만 들어볼까...'

기원이 망설이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까전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눈빛은 몽롱해졌고 다리는 천박하게 떨리고 있었다.

"스윽"

기원이 방음기를 떼어 냈다.


- ....고 있는 것이죠 -


- 진짜 존재의 내기에 백만번이 지속 되는 것입니다. -


- 자 요약하겠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


"스윽"

기원이 재빨리 방음기를 착용했다.

가슴이 두근 거렸고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무슨 말일까.... 진짜 존재? 백만번?'

기원이 골똘히 생각에 빠진 사이 오분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응?'

서늘한 기척에 기원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붉은 사쿠라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봐요!! 다들 잠깐 멈추세요!!"

기원이 방음 장치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 둘 강당을 빠져 나갔다.

"여봐요, 윤성호씨!! 윤성호씨 저 좀 봐 주세요!!"

기원이 재빨리 윤성호의 팔을 움켜 쥐었다.

"왜 그러시죠?"

윤성호가 묘한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말을 들었나요? 대체 그녀가 무슨 말을 했길래...."

"같이 안 들으셨나보군요,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윤성호가 슬며시 손을 뿌리치고는 결국 나가버렸다.

"하........."

기원이 멍한 표정으로 출구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영민과 두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괜찮아? 어떻게 됐어? 여자가 뭐라는지 들었어?"

"당장......"

"응? 뭐라구..?"

"당장 저들에게 경찰을 붙이라구!!"

기원이 소리를 빽 질렀다.







한 시간 뒤 동시에 백명이 목숨을 끊었다.

경찰이 붙은 사람은 혀를 깨물었고, 나머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영민이 윤성호를 맡았었는데, 완전 포박에 혀에 물린 헝겊도 소용이 없었다.

윤성호는 숨을 들이 마시지 않는 방법으로 질식사를 택했다.

이 엄청난 사건에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취재를 해갔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뉴스와 신문은 조용했다. 완전 묻혀 버린 것이다.



쇼크 상태에 빠진 기원이 어디론가 나가버리자, 영민이 수사팀의 해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이 어째서 반박을 못했을까...'

기원은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는 명동거리에 있었다.

'진짜 존재...? 신을 말하는 걸까.? '

여자의 말이 귓속에서 계속 되풀이 되고 있었다.

'백만번이 뭘 뜻할까..... 백만번...백만번...'

주위엔 젊은 연인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문든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나로 인해 100명이 죽었어... 불 지옥에 떨어지겠구나...'

기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부스럭"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만졌다.

"응?"

기원이 돌아보자 창백한 얼굴의 한 꼬마가 서 있었다.

꼬마의 손에는 비디오 테잎 하나가 케이스 채로 들려 있었다.

"찰칵"

꼬마가 케이스를 열자 테잎과 쪽지 하나가 드러났다.

"스윽"

꼬마는 쪽지만 꺼낸 뒤 기원에게 내밀었다.

"꼬마야, 이거 나한테 주는 거니?"

기원이 몸을 숙여 쪽지를 건네 받았다.

"02- 642-00XX......? 이게 뭐지?"

쪽지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휘익"

꼬마가 말없이 왔던 곳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

"흠...."

기원이 슬쩍 비디오를 봤지만, 첫글자인 ' 노' 자만 확인 할 수 있었다.

묵묵히 쪽지를 보던 기원이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

"아!! 사쿠라....."

붉은 사쿠라가 강당에 들어 올때가 떠올랐다. 그 때 뒤따르던 꼬마의 얼굴도 기억이 났다.

"저 꼬마였구나..."

기원이 황급히 꼬마가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한참을 뛰던 기원이 일순 멈추었다.

'아니지... 내가 가서 뭘 어쩌겠다고... 가봐야 죽을 뿐이지...'

기원이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이건 사쿠라의 직통 번호겠구나....'

묘한 흥분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움츠릴 때다...'

기원이 번호를 외우곤 쪽지를 불태웠다.

'많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최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필요해...'

기원이 곰곰히 생각했다.

'예수나 석가....? 아니면 공자나 노자...? 그들이라면 상대 할 수 있을까?'

'성철스님이 계셨더라면 어땠을까.... '

기원은 이미 입적하신 성철스님을 떠올렸다.

'성철스님의 경지라면 그녀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 혼란스럽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

[이 게시물은 위벨님에 의해 2021-06-08 16:03:44 커뮤니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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