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VINT
#BL#잔잔#후회물
약속을 지킬 명분이 필요했다. 다이어리 한 권으로 시작된 질긴 악연이 그 명분이었다. 처음엔 다이어리에 적힌 것이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 당신은 절대 그런 성정을 지닌 인물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 눈으로 봐왔던 당신은 누구보다 다정했고, 누구보다 여렸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당신이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둠 속에 피어난 한 줄기 빛을 쥐자 너무도 쉬이 산란했다. 나는 당신이란 빛을 가질 수가 없다. 당신을 좀먹는 어둠인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당신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처럼, 당신 역시 그러길 빌었다. 그것이 순전히 나의 욕심이란 것을 알아챘을 때, 당신은 우주가 아닌 어둠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놓아주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당신을 함부로 사랑할 수 없는 이유였다.
01. 부재
아수라장이 된 방은 꽤 을씨년스러웠다.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구겨진 채로 널브러진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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